Ai Industry

중국은 달리고, 한국은 — AI 에이전트 전쟁

AI 에이전트가 스마트폰의 OS 같은 관문이 된다면, 그 OS를 누가 만드느냐가 다음 10년의 플랫폼 경제를 가른다. 지금 그 답을 가장 빠르게 써내려가는 나라는 중국이다.

경계를 맞대고 서로 밀치는 영역들을 그린 추상 도판
AI 생성

만약 AI 에이전트가 스마트폰의 OS처럼 모든 디지털 경험의 관문이 된다면, 그 OS를 누가 만드느냐는 곧 누가 다음 10년의 플랫폼 경제를 지배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지금 그 답을 가장 빠르게 써내려가고 있는 나라가 있다. 중국이다. GitHub 역사상 어떤 프로젝트도 받아보지 못한 31만 1천 개의 스타를 찍은 OpenClaw을 중심으로, 14억 인구의 나라에서 AI 에이전트 생태계가 폭발하고 있다.

다섯 개의 도미노가 동시에 쓰러졌다

중국의 AI 에이전트 열풍은 우연이 아니다. 다섯 가지 조건이 거의 같은 시기에 맞아떨어진 구조적 수렴의 결과다.

첫 번째 도미노는 모델이 넘어뜨렸다. 2025년 1월, DeepSeek-R1이 며칠 만에 ChatGPT를 밀어내고 미국 앱스토어 1위에 올랐다. 671억 파라미터짜리 오픈웨이트 추론 모델이 세계 최고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은 중국 개발자 사회에 집단적 자신감을 심었다. 알리바바의 Qwen이 허깅페이스에서 10억 다운로드를 돌파하면서, “중국 오픈소스 AI도 된다”는 명제는 희망사항이 아니라 기정사실이 되었다.

자신감만으로는 열풍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도미노, 가격이 쓰러져야 했다. 중국 모델의 API 가격은 서방의 6분의 1에서 12분의 1 수준이다. Kimi K2.5는 Claude 대비 입력 가격이 9분의 1, MiniMax M2는 8퍼센트 가격에 추론 속도는 두 배. AI 에이전트는 챗봇보다 토큰을 10배에서 30배 더 소모하는 구조인데, 이 가격이면 스타트업도 부담 없이 에이전트를 돌리고 실험하고 배포할 수 있다.

세 번째 도미노는 하드웨어였다. 샤오미의 IoT 플랫폼에만 10억 대 넘는 기기가 연결되어 있다. AI 에이전트가 텍스트를 넘어 물리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테스트베드가 이미 깔려 있었다. 모델이 싸고, 기기가 널려 있으니 배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네 번째 도미노는 정부가 넘어뜨렸다. 핵심 산업 AI 침투율을 2027년까지 70퍼센트, 2030년까지 90퍼센트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선전과 허페이 같은 지방정부들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최대 1,000만 위안—우리 돈 21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천 명이 모이는 오픈클로 컨퍼런스 같은 대규모 개발자 이벤트도 줄을 이었다.

다섯 번째 도미노는 심리적인 것이었다. FOMO, 뒤처질지 모른다는 공포. BAT 같은 거대 기업부터 이름 없는 스타트업까지, “지금 안 뛰어들면 자리가 없다”는 압박이 업계 전체를 관통했다. 매주, 길어야 격주 단위로 프로덕션 수준 모델이 쏟아져 나왔고, 이 고빈도 릴리스가 다시 경쟁을 가속하는 피드백 루프를 만들었다. 불과 1년 반 전까지 글로벌 토큰 점유율 2퍼센트에 불과하던 중국 모델이 39퍼센트까지 치솟은 것은 이 다섯 개의 도미노가 연쇄적으로 쓰러진 결과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나라

이 열풍에는 그림자가 따른다. 중국 정부는 한쪽에서 보조금을 뿌리며 AI 에이전트 도입을 독려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국영기업과 정부기관에 OpenClaw 사용을 금지한다. 오픈소스를 장려하면서 30개 이상의 규제 표준을 예고하고, 사이버보안법을 개정해 AI를 편입시키면서 군인 가족의 개인 기기까지 제한을 확대한다. 언뜻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 이중 구조는 꽤 계산된 배치다. 민간에서 마음껏 달리게 하되, 국가 핵심 인프라만큼은 단단히 잠그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민간이 달리는 속도가 안전장치를 만드는 속도를 압도한다는 점이다. 17개 기업이 AI 안전 서약에 서명했지만, 이행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서약은 장식이 되었고, CVSS 8.8점짜리 고위험 취약점은 10만 개가 넘는 배포 환경에서 방치되어 있다. 안전성 부채가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아무도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경쟁 압력이 안전 우려를 짓누르고, 보조금이 채택을 유인하는 구조에서, 개별 기업이 “우리만 천천히 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곧 시장에서 퇴장하겠다는 뜻이 된다. 중국의 AI 에이전트 붐은 “안전하기 때문에” 퍼진 것이 아니다. “안전하지 않아도 빠르게 점유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전략적 계산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10만 개 이상의 환경에 깔린 고위험 취약점은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이고, 서약만 있고 이행은 없는 안전 거버넌스는 사고가 날 때 아무런 방파제가 되지 못한다. 이 속도에 안전은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

토큰이 화폐가 되는 세계

중국이 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달리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스마트폰 시대를 떠올려 보자.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OS를 쥔 쪽이 앱 생태계를 지배했고, 앱 생태계를 지배한 쪽이 결국 돈을 벌었다. 지금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가 정확히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 OS가 하드웨어를 추상화하고 프로세스를 관리하며 앱 생태계를 품었듯,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다양한 LLM을 통합 관리하고 여러 에이전트의 협업을 오케스트레이션하며 플러그인과 스킬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낸다. 파일 시스템이 RAG 파이프라인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자연어로 바뀌었을 뿐 구조는 같다. 샤오미의 micLaw가 이 비유를 현실로 보여준다. 50개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며 자동차, 가전, 스마트폰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잇는 시스템 수준의 애플리케이션이다.

OS를 장악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여기서 이야기는 토큰으로 넘어간다. 챗봇이 한 번 대화에 수천 개의 토큰을 쓴다면, 에이전트는 그 10배에서 30배를 태운다. 스스로를 점검하는 Reflexion 루프에 들어가면 50배까지 치솟는다. 헤비 유저 한 명이 하루에 쏟아내는 토큰이 3천만에서 1억 개. 토큰이 곧 화폐인 경제가 열리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 구조를 정확히 꿰뚫었다. LLM 가격을 서방의 6분의 1까지 깎아내린 것은 자선 사업이 아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풀어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한 뒤 검색과 광고로 수익을 거둔 전략을 그대로 복제하고 있다. 저가 모델로 대량 소비를 유도하고, 그 토큰 트래픽이 흐르는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진짜 돈을 번다. 중국 AI 클라우드 시장이 2024년 27억 달러에서 이듬해 73억 달러로 단 1년 만에 170퍼센트 성장한 것은 이 전략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Agent-as-a-Service 시장은 더 가파르다. 2025년 75억 달러 남짓이던 시장이 2034년에는 1,9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섯 개의 성, 열린 코드와 닫힌 인프라

이 흐름의 한가운데에 중국 빅테크 5사가 서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바이트댄스. 이들은 각자의 성벽 안에 완결된 왕국을 쌓아 올렸다. 모델부터 에이전트 플랫폼, 클라우드와 칩, 그리고 소비자 접점까지 수직으로 통합된 풀스택 체계다.

바이트댄스가 대표적이다. 중국 퍼블릭 클라우드 LLM 시장 점유율 46.4퍼센트로 1위를 차지한 이 회사는 하루에 처리하는 토큰이 16.4조 개에 달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37배가 늘어난 수치다. 알리바바의 Qwen은 파생 모델만 11만 3천 개를 낳았는데, 메타 Llama가 만들어낸 2만 7천 개의 네 배가 넘는다. 텐센트는 위챗이라는 13억 사용자 기반 위에 에이전트를 얹었고, 화웨이는 미국 제재 속에서도 칩부터 OS까지 완전 독립 스택을 구축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드러난다. 이 다섯 왕국은 오픈소스를 내세운다. 알리바바는 Qwen을 관대한 라이선스로 공개했고, 개발자라면 누구나 코드를 내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올리려면 결국 다섯 성 가운데 하나의 클라우드를 빌려야 한다. 코드는 열려 있지만 인프라는 닫혀 있다. 모델은 무료이지만 생태계는 유료다. 한번 들어가면 전환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 오픈소스가 곧 개방을 의미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 오픈소스는 생태계 포획의 도구다. 다음 10년의 플랫폼 경제를 결정지을 전쟁은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이 인프라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한국, 거울 앞에 서다

“한국은 뭘 하고 있는 거냐.” 중국발 소식이 쏟아질 때마다 빠지지 않는 탄식이다. 그런데 이 비판은 절반만 맞다.

네이버는 AI 쇼핑과 통합검색을 에이전트로 묶는 Agent N을 내놓았고,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위에 Kanana라는 AI 에이전트를 얹었다. 삼성은 갤럭시 S26에 에이전틱 AI를 탑재하며 2030년 AI 자율공장 청사진을 그리고 있고, SK텔레콤의 에이닷은 25개 멤버사, 8만 명 사용자를 확보했다. 정부도 2026년 1월 아시아태평양 최초로 AI 기본법을 시행했고, 99개 실행과제를 담은 인공지능행동계획을 가동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문제는 속도와 생태계의 결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 AI 시장 규모는 약 23억 달러, 중국은 1,310억 달러. 57배 차이다. 시장이 57배 크다는 건 실험할 수 있는 횟수가 57배 많다는 뜻이고, 실패를 감당할 여력이 57배 넓다는 뜻이다. 더 뼈아픈 사실도 있다. 한국에서 자체 개발된 오픈소스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정확히 0개다. 중국의 오픈클로 생태계가 수만 개의 파생 프로젝트를 쏟아내는 동안, 한국 개발자는 해외 프레임워크를 가져다 쓰는 소비자에 머물러 있다. 프레임워크를 남이 만들면, 생태계의 규칙도 남이 정한다.

그렇다고 패배주의에 빠질 이유는 없다. 세계 AI 반도체의 심장인 HBM 메모리를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곧 컴퓨팅 수요가 폭발한다는 뜻이고, 그 수요의 정점에 한국 반도체가 놓여 있다. 미국 제재로 첨단 칩 확보에 제약을 받는 중국과는 정반대 위치다. 17개 기업이 서약만 하고 이행은 0건인 중국과 달리 한국은 AI 기본법이라는 법적 프레임워크를 아태 최초로 가동시켰다. 카카오톡과 네이버라는, 한국인이라면 하루에도 수십 번 여는 플랫폼도 있다. 에이전트가 사용자에게 도달하는 마지막 1미터, 그 배포 채널이 이미 깔려 있다는 점은 과소평가할 수 없는 자산이다.

5년의 골든타임, 세 가지 전환

격차는 분명하다. 하지만 가진 카드도 분명하다. 문제는 그 카드를 언제, 얼마나 빠르게 꺼내느냐에 달려 있다.

첫 번째 전환은 지금 당장이다. “차단에서 관리 하의 활용으로.” 현재 주요 기업들은 보안을 이유로 오픈소스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사용을 막고 있다. 안전을 지키겠다는 판단은 이해하지만, 그 사이 개발자들의 경험 축적은 멈춰 있다. 샌드박스 환경에서 실험을 허용하고, 한국판 에이전트 해커톤을 열어야 한다.

두 번째 전환은 1~2년 안에 기반을 다져야 한다. “관망에서 참여로.” 한국어에 특화되고 제조업 현장에 맞춤화된 오픈소스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AI 자율공장 모델을 중소 제조업으로 확산시키고, AI 에이전트를 범용화하는 산업별 특화 프로젝트도 이 시기에 가속해야 한다.

세 번째 전환은 3~5년의 호흡으로 완성한다. “범용 경쟁에서 특화 선점으로.” 한국이 중국과 똑같은 판에서 싸워 이길 수는 없다. 시장 규모 57배 차이를 정면으로 뚫을 방법은 없다. 대신 뒤집을 수 있는 영역이 있다. 로봇공학,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 물리 세계와 AI 에이전트가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의 제조, 전자 역량은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5년 뒤, 우리는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

한국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 플랫폼이라는 분명한 카드가 있다. 안전성 부채를 쌓으며 질주하는 중국 옆에서, 안전하면서도 빠른 생태계를 만드는 일 — 그것 자체가 차별화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신중함”이 “느림”의 다른 이름이 되는 순간, 골든타임은 그대로 증발한다.

5년. 그 시간이 지난 뒤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우리는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 에이전트 인프라를 설계하는 나라에 서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남이 만든 프레임워크 위에서 여전히 소비자로 남아 있을 것인가. 답은 지금 시작하는 속도에 달려 있다.

참고 자료

  1. “OpenClaw sparks boom as Chinese firms race into the AI agent era,” TechNode, 2026.3.10. https://technode.com/2026/03/10/openclaw-sparks-boom-as-chinese-firms-race-into-the-ai-agent-era/
  2. “China Moves to Limit Use of OpenClaw AI at Banks, Government Agencies,” Bloomberg, 2026.3.11.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6-03-11/china-moves-to-limit-use-of-openclaw-ai-at-banks-government-agencies?embedded-checkout=true
  3. “AI Agents Market Size 2026-2034,” DemandSage, 2026. https://www.demandsage.com/ai-agents-market-size/
  4. “Beyond DeepSeek: China’s Diverse Open-Weight AI Ecosystem,” Stanford HAI, 2026. https://hai.stanford.edu/policy/beyond-deepseek-chinas-diverse-open-weight-ai-ecosystem-and-its-policy-implications
  5. “Korea has five years to act on AI gap,” The Korea Herald, 2026. https://www.koreaherald.com/article/10691095
  6. “Is China Serious About AI Safety?,” AI Frontiers, 2026. https://ai-frontiers.org/articles/is-china-serious-about-ai-safety
  7. “Hidden Economics of AI Agents: Token Costs & Latency,” Stevens Institute, 2026. https://online.stevens.edu/blog/hidden-economics-ai-agents-token-costs-lat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