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이 800명분의 일을 한다는 것
역할을 나눠 협업하던 방식이 흔들리고 있다.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는 원지랩스의 사례는 그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AI 가 발전하면서 일하는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과거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협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그 분업이 흔들린다면 조직은 무엇으로 굴러갈까.
8명으로 800명분의 일을 해낸다고 알려진 원지랩스의 사례가 이 변화를 명확히 보여 준다. 대표의 말은 이렇다.
코드를 치는 일이 없어야 된다. 직접 코드 치는 건 이제 너무 위험하다.
전통적 워크플로우의 한계 — 소통 비용
기존 방식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등 여러 전문가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담당자 사이의 소통과 조율에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실제로 개발이나 디자인 자체보다 정책 정의, 리뷰, 수정 같은 커뮤니케이션에 쓰이는 시간이 전체 프로젝트 시간의 90%에 이르기도 한다. 이것이 프로젝트 지연의 주요 원인이 된다.
해법 — ‘1인 다역’ 과 AI
원지랩스는 이 비효율을 넘으려고 ‘1인 다역’ 모델을 택했다.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써서 구성원 개개인이 더 넓은 범위의 업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UX 디자이너가 기획자 역할까지 맡아 검색 정책을 세우고, 로그 설계와 테스트 케이스 작성까지 담당한다.
AI 는 특정 분야의 깊이 있는 작업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기 때문에, 과거 중요했던 ‘좁고 깊은 전문성’ 은 점차 의미를 잃어 가고 있다. 대신 AI 를 활용해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소통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인다.
업무에 AI 를 붙이는 법
- 리서치 및 기획 — GPT 나 딥리서치 같은 도구로 시장 조사, 경쟁사 분석, 법규 검토처럼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을 단시간에 끝낸다
- 디자인 및 프로토타이핑 — 비즐리(Visily) 같은 AI 툴로 와이어프레임이나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든다. 기존 앱 화면을 캡처해 비슷한 디자인을 만들거나, 웹사이트 테마를 분석해 디자인에 적용할 수도 있다
- 개발 — 디자인 시스템(ShadCN 등)과 연동된 코딩 AI(Cursor 등)로 생산성을 높인다. 디자이너가 디자인 시스템의 컴포넌트를 쓰면 해당 코드가 자동으로 생성되기도 하며, 개발자는 직접 코드를 쓰기보다 AI 가 코드를 잘 생성하도록 가이드하는 역할 에 집중한다
사례 — 마이타로 앱 검색 기능
1인 다역. UX 디자이너 1명이 검색창 UI 디자인뿐 아니라 검색 정책 수립, 검색 결과 화면 설계, 로그 설계, 테스트 케이스 작성까지 모두 담당했다. 이 디자이너는 경력이 1년 남짓임에도 AI 의 도움을 받아 복잡한 업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신속한 개발. 디자인 리뷰부터 최종 출시까지 단 3일이 걸렸다.
탈 MVP. 과거에는 시간과 비용 제약 때문에 최소 기능 제품(MVP)을 먼저 내고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AI 로 개발 기간이 짧아지면서,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풀 스펙을 구현하는 편이 오히려 효율적이 됐다. 개발이 빨라지면 MVP 단위로 기능을 쪼개 내는 것이 테스트와 배포 과정을 불필요하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과 조직의 성장
원지랩스의 방식은 생산성 향상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의 빠른 성장과 역량 강화를 촉진한다. 짧은 시간에 여러 프로젝트와 업무를 경험하며 AI 활용 능력까지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조직 전체의 역량 증대로 이어진다.
핵심은 AI 를 대체 불가능한 조력자로 인식하고, AI 에게 일을 효과적으로 맡기는 역량을 키우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