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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아카이브
논평6분 분량

스위스는 기술을 거부한 게 아니라 기준을 세웠다

스위스 연방정부와 육군이 팔란티어 도입을 거부한 결정을 정리하고 함의를 짚었다. 데이터 유출을 기술로 막을 수 없다는 내부 평가, 미국 정부 접근 가능성, 비용·종속 문제를 근거로 든 판단을 국내 논의와 겹쳐 본다.

스위스는 기술을 거부한 게 아니라 기준을 세웠다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

데이터 주권·군사 기밀·장기 종속 우려 — ‘온톨로지’의 이면을 묻다

미국 빅데이터·AI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의 소프트웨어 도입을 둘러싸고 각국 정부와 공공기관의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스위스 정부와 군 당국이 팔란티어 기술 도입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주목된다. 최근 팔란티어의 ‘온톨로지(Ontology)’ 기술이 차세대 데이터 통합·분석의 핵심으로 각광받고,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공공·민간 협력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과 대비되는 결정이다.

스위스 탐사매체 레푸블릭(Republik)과 디지털 권리 전문 매체 넷츠폴리틱스(Netzpolitik.org) 등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정부와 육군은 수년에 걸친 팔란티어의 설득과 제안에도 불구하고, 위험 평가 결과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는 결론에 도달해 협력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데이터 유출, 기술적으로 막을 수 없다”

이번 결정의 핵심 근거는 스위스 육군이 작성한 20쪽 분량의 내부 위험 평가 보고서에 기인한다. 이 보고서는 팔란티어 소프트웨어의 장점과 함께 치명적 한계를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군사 전문가들은 “팔란티어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유출은 기술적으로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팔란티어는 이기종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고, 사람 간 연결 관계, 이동 경로, 행위 패턴을 분석하는 데 특화된 플랫폼이다. 기존에 단절돼 있던 정보들이 하나의 분석 환경으로 결합되며, 수사·정보·군사 분야에서 강력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스위스 당국은 바로 이 ‘전면적 통합 능력’이 군사 기밀과 민감 정보 유출 시 파급력을 극대화하는 구조적 위험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기업, 미국 정부 접근 가능성 배제 못 해”

또한 이 보고서는 팔란티어가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라는 점을 핵심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미국 기업인 이상, 민감한 데이터가 미국 정부나 정보기관에 접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스위스 군의 명시적 판단이다.

이는 독일 일부 주(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바이에른, 헤센 등) 경찰이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며 반복해온 “기술적으로 데이터 유출은 불가능하다”는 주장과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러나 스위스 보고서는 팔란티어 소프트웨어가 폐쇄형(proprietary) 구조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기술적 검증 자체가 제한적이며, 다수의 ‘안전 보장’이란 것도 사실상 기업의 설명에만 의존하고 있음을 문제 삼았다.

“비용·종속·주권의 문제는 장기적으로 통제 불가능”

스위스 군 당국은 기술적 위험뿐 아니라 구조적·정책적 위험도 지적했다. 팔란티어 도입 시 △미국 공급업체에 대한 장기 종속, △고급 외부 인력 상시 투입 가능성, △불투명한 가격 체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유지보수에 따른 통제력 상실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가격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매우 중대한 리스크로 평가했다. 소프트웨어 도입·커스터마이징·데이터 이전·라이선스·유지보수 비용이 사전에 산정되기 어렵고, 실제 비용은 개별 협상을 통해서만 결정된다는 점에서 재정 통제 및 책임성 측면의 위험이 매우 크다고 보았다.

그러면 대안은 있는가

스위스 군 당국의 최종 권고는 명확했다. 즉 “팔란티어가 아닌 새로운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Swiss Army should consider alternatives to Palantir)”는 것이다. 보고서는 유럽 기업들의 유사 솔루션, 오픈소스 기반 분석 플랫폼, 또는 자체 데이터 분석 역량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주권·윤리·투명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스위스의 “팔란티어 대안” 논의는 기술을 바꾸자는 제안이 아니라, 국가가 기술을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설계하자는 제안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술 선택의 기준은 성능이 아니라 ‘국가 통제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이는 향후 AI·데이터 기반 국방·치안 시스템을 설계하는 모든 국가에 적용 가능한, ‘디지털 주권 중심 설계 원칙’의 실제 사례로 읽을 수 있다.

팔란티어 경영철학을 둘러싼 근본적 질문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술 도입 여부를 넘어, 팔란티어가 상징하는 기술·권력·국가 관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팔란티어 CEO 알렉산더 카프는 ‘기술공화국(Technological Republic)’이라는 개념(베스트셀러가 된 도서)을 통해, 기술 엘리트와 국가 권력이 결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철학을 공개적으로 제시해 왔다. 비판자들은 이 같은 사고가 사법부와 민주적 통제를 우회한 ‘기술 중심 행정·치안 국가’로의 이동, 즉 기술 전체주의적 경향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런 점에서 스위스 정부의 이번 판단은, 기술의 성능이나 효율성만으로 공공 시스템을 결정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AI·데이터 인프라가 곧 국가 주권과 헌정 질서의 문제로 직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최근 국내에서도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기술을 높이 평가하는 담론과 협력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의 사례는 묻는다. “과연 우리는 충분히 위험을 검토했는가?”, “기술적 편의가 사법·주권·통제 원칙을 앞서고 있지는 않은가?”

스위스의 선택은 기술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국가의 기준을 분명히 한 결정이었다. 팔란티어를 둘러싼 국제적 논쟁은 이제 기술의 우수성을 넘어, 어떤 국가가 어떤 조건에서, 어디까지 기술 권력을 허용할 것인가라는 정치적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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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정부, “치명적 위험 감수할 수 없다”며 팔란티어 기술 도입 거부>>

  • 데이터 주권·군사 기밀·장기 종속 우려…‘온톨로지’의 이면을 묻다-

미국 빅데이터·AI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의 소프트웨어 도입을 둘러싸고 각국 정부와 공공기관의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스위스 정부와 군 당국이 팔란티어 기술 도입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주목된다. 최근 팔란티어의 ‘온톨로지(Ontology)’ 기술이 차세대 데이터 통합·분석의 핵심으로 각광받고,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공공·민간 협력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과 대비되는 결정이다. 스위스 탐사매체 레푸블릭(Republik)과 디지털 권리 전문 매체 넷츠폴리틱스(Netzpolitik.org) 등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정부와 육군은 수년에 걸친 팔란티어의 설득과 제안에도 불구하고, 위험 평가 결과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는 결론에 도달해 협력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데이터 유출, 기술적으로 막을 수 없다”

이번 결정의 핵심 근거는 스위스 육군이 작성한 20쪽 분량의 내부 위험 평가 보고서에 기인한다. 이 보고서는 팔란티어 소프트웨어의 장점과 함께 치명적 한계를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군사 전문가들은 “팔란티어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유출은 기술적으로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팔란티어는 이기종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고, 사람 간 연결 관계, 이동 경로, 행위 패턴을 분석하는 데 특화된 플랫폼이다. 기존에 단절돼 있던 정보들이 하나의 분석 환경으로 결합되며, 수사·정보·군사 분야에서 강력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스위스 당국은 바로 이 ‘전면적 통합 능력’이 군사 기밀과 민감 정보 유출 시 파급력을 극대화하는 구조적 위험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기업, 미국 정부 접근 가능성 배제 못 해”

또한 이 보고서는 팔란티어가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라는 점을 핵심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미국 기업인 이상, 민감한 데이터가 미국 정부나 정보기관에 접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스위스 군의 명시적 판단이다. 이는 독일 일부 주(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바이에른, 헤센 등) 경찰이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며 반복해온 “기술적으로 데이터 유출은 불가능하다”는 주장과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러나 스위스 보고서는 팔란티어 소프트웨어가 폐쇄형(proprietary) 구조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기술적 검증 자체가 제한적이며, 다수의 ‘안전 보장’이란 것도 사실상 기업의 설명에만 의존하고 있음을 문제 삼았다.

“비용·종속·주권의 문제는 장기적으로 통제 불가능”

스위스 군 당국은 기술적 위험뿐 아니라 구조적·정책적 위험도 지적했다. 팔란티어 도입 시 △미국 공급업체에 대한 장기 종속, △고급 외부 인력 상시 투입 가능성, △불투명한 가격 체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유지보수에 따른 통제력 상실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가격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매우 중대한 리스크로 평가했다. 소프트웨어 도입·커스터마이징·데이터 이전·라이선스·유지보수 비용이 사전에 산정되기 어렵고, 실제 비용은 개별 협상을 통해서만 결정된다는 점에서 재정 통제 및 책임성 측면의 위험이 매우 크다고 보았다.

“그러면 대안은 있는가?: 유럽·오픈소스·자체 개발의 필요성 제기”

스위스 군 당국의 최종 권고는 명확했다. 즉 “팔란티어가 아닌 새로운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Swiss Army should consider alternatives to Palantir)”는 것이다. 보고서는 유럽 기업들의 유사 솔루션, 오픈소스 기반 분석 플랫폼, 또는 자체 데이터 분석 역량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주권·윤리·투명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스위스의 “팔란티어 대안” 논의는 기술을 바꾸자는 제안이 아니라, 국가가 기술을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설계하자는 제안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술 선택의 기준은 성능이 아니라 ‘국가 통제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이는 향후 AI·데이터 기반 국방·치안 시스템을 설계하는 모든 국가에 적용 가능한, ‘디지털 주권 중심 설계 원칙’의 실제 사례로 읽을 수 있다.

“팔란티어 경영철학을 둘러싼 근본적 질문”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술 도입 여부를 넘어, 팔란티어가 상징하는 기술·권력·국가 관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팔란티어 CEO 알렉산더 카프는 ‘기술공화국(Technological Republic)’이라는 개념(베스트셀러가 된 도서)을 통해, 기술 엘리트와 국가 권력이 결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철학을 공개적으로 제시해 왔다. 비판자들은 이 같은 사고가 사법부와 민주적 통제를 우회한 ‘기술 중심 행정·치안 국가’로의 이동, 즉 기술 전체주의적 경향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런 점에서 스위스 정부의 이번 판단은, 기술의 성능이나 효율성만으로 공공 시스템을 결정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AI·데이터 인프라가 곧 국가 주권과 헌정 질서의 문제로 직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최근 국내에서도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기술을 높이 평가하는 담론과 협력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의 사례는 묻는다. “과연 우리는 충분히 위험을 검토했는가?”, “기술적 편의가 사법·주권·통제 원칙을 앞서고 있지는 않은가?”

스위스의 선택은 기술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국가의 기준을 분명히 한 결정이었다. 팔란티어를 둘러싼 국제적 논쟁은 이제 기술의 우수성을 넘어, 어떤 국가가 어떤 조건에서, 어디까지 기술 권력을 허용할 것인가라는 정치적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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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페이스북 게시물을 옮겨 재편집한 것이다. 위 「원문 보기」에 수집 당시의 전문이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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